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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잔아박물관을 찾아서 ...

이미담소설가, 잔아박물관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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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순 2019-06-15


 

▲ 잔아김용만 작가     © 한성뉴스넷

 

2019년 4월의 초순이었다. 양평에 있는 잔아박물관이 새롭게 단장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기에 금방 관람을 결정지었다. 남을잔()자와 아이아()자인 잔아는 의역하면 마지막 아이란 뜻으로, 끝까지 순수한 문학정신을 지키겠다는 작가의 의지를 담았다고 한다. 2년 전 겨울, 우연히 박물관에 들러 잔아 선생님과 독대한 자리가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그 날의 기억만으로도 작가의 성품을 상상할 수 있었다. 그 가슴 벅찬 만남을 되새기며 소설가정선교 선생을 필두로, 한국소설창작연구원회원인 장진원, 박서영회원과 함께 승용차에 올랐다. 성남 야탑역에서 출발한 차는 한 시간여 만에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에 자리한 잔아박물관에 도착했다.

 

▲ 한국소설창작연구원 정선교회장 (오른쪽 두번째) 과 회원들     © 한성뉴스넷


잔아박물관은 소설가 잔아(김용만) 선생의사립문학관이다. 입구에 도착하니 제일 먼저 너른 주차장과 정원 곳곳에 놓여있는 테라코타 작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흔히 볼 수 없는, 올망졸망 귀엽고 예쁜 테라코타가 박물관 관람으로 잔뜩 기대에 찬 얼굴에 절로 웃음을 전해주었다.

 

▲     © 한성뉴스넷


작가는 이 글귀를 박물관에 오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고 싶어 했다. 그토록 책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글귀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기 싫어하는 자녀들에게 책을 읽으라는 말 대신 그냥 사다주기만이라도 하라는 말이다. “책장을 열어보지 않고 책을 방에 쌓아두면 그 책에서는 곰팡내가 난다, 그 곰팡내가 바로 서권기(書卷氣)요 문자향(文子香)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부모는 책을 자주 사다만 줘도 된다. 방안 어디에든 쌓아두기만 해도 일등 효자다. 훗날 친구나 애인에게서 쌓아둔 어느 책에 대한 말을 듣게 되면 서둘러 책을 뒤질 것이며, 그때는 그 책에 대한 전문가가 된다. 또 시간이 없고, 도저히 형편이 못돼서 읽을 수 없는 처지라도 책을 곁에 두고 만져만 보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 소설가 이미담     © 한성뉴스넷


1층은,어린이 문학관으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아동문학의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아동 문학가들의 사진과 함께 동화책 속 이야기가 벽화로 꾸며져 있으며, 그 이야기들이 테라코타로 재현되어 있었다.

또한, 입구에 전시되어있는 생 떽쥐베리의 동화 <어린왕자>를 눈앞에서 만나고 잠시 동화 속으로 빠졌던 시간이 흥미롭다.

 

요즘은 너무 쉽게 대중문화를 접할 수 있어서 자칫 자라는 아이에게 이라는 소중한 존재를 망각하게 함으로써 좋은 인성을 깨워주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책을 통해서 자라는 세대에게 높은 이상과 지성의 정신, 그리고 꿈을 키워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이는 분명 행복한 기회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     ©한성뉴스넷

 

2층은, 국내외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한국문학관과 세계문학관으로, 우리나라 근현대 문학의 흐름과 작가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전시되어있는 내용 중에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작고한 문인들의 육필원고였다. 이는 작가 잔아가 문학 활동을 하면서 교류하던 작가들의 편지와 원고, 그리고 문학사적으로도 소중한 자료들이다. 작고했거나 현존하는 문인들의 사진과 누렇게 빛바랜 원고지 뭉치는 컴퓨터로 쓰는 원고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숭고함이 느껴졌다. 이제는 그 존재조차도 가물거리는 이백 자 원고지에 펜으로 꼭꼭 눌러 쓴 육필원고는 볼수록 정겹게 느껴졌다. 대부분의 기록을 컴퓨터로 하는 요즘 이런 자료는 우리 문학사에서도 아주 귀한 자료가 될 것이다. 그야말로 박물관에서만 볼 수 있는 귀한 자료들이었다. 함께 전시된 시인이자 테라코타 작가인 여순희 작가의 테라코타가 있어서 문학에 대한 이해도를 한층 높일 수 있었다.

 

또한 이곳에서는 대표적인 국내 작가와 함께 세계적 문호 셰익스피어, 톨스토이, 푸쉬킨, 괴테, 세르반테스, 토스토예프스키, 헤밍웨이, 카프카, 빅토르 위고, 스타인벡, 에밀리 브론테, 찰스 디킨스, 제임스 조이스 등, 세계 문호들의 작품이 전시되어있었고 정신세계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었다.

 

▲     ©한성뉴스넷

 

함께 전시되어있는 세계문학관에는 관장 잔아가 여행하며 수집한 문호들의 생가와 당시 그들의 인간관계, 작품 속 배경, 문학의역사적 배경과 환경, 또한 그토록 위대한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과 그 문학의 세계관이 자세히 전시되어있었다. 전시된 내용에 대한 관장 잔아 선생님의 자세한 설명은 박물관을 관람에 있어서 중요한 백미라고도 볼 수 있었다.

 

▲     © 한성뉴스넷


전시관 한쪽 잔아의 방입구에는 아주 낯 선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나에게는 불치의 병이 있다. 아름다움을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하는 병이다. (중략) 하지만 나는 그 병을 고치려고 애써본 적이 없다. 그 병이 나를 괴롭히는 게 아니라 내가 그 병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지만 그 병을 좋아한다니 정말 알다가도 모를 말이다.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감정을 독특한 방식으로 느끼고 싶은 욕심 섞인 고뇌일까. 잔아의 첫 소설집 <늰 내 각시더>에 이 글이 실린 걸 보면, 애초부터 작가는 아름다움을 오직 자신만의 방법으로 처절하게 느끼고 싶었나보다. 섬세한 단어의 선율을 바늘 끝처럼 예리한 감성으로 다듬고 매만져 오롯이 빛나게 만드는 고된 창작의 과정을 작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병으로 정의 한 것일까.

 

▲     © 한성뉴스넷

 

▲     © 한성뉴스넷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계단 벽에는 국내외 작가들의 묘비명이 빼곡히 전시되어있었다. 현재를 살아가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깜짝 이벤트를 선물 받은 듯 신선한 충격이었다. 글 귀 하나하나가 전하는 소중한 의미를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대 문호들의 문학에 대한 신념을 전시된 묘비명을 통해 조금아니마 되새길 수 있었다. 이처럼 묘비명으로 또 다른 의미의 문학을 접한다는 건 쉽게 가질 수 없는 색다른 경험이자 충격이었다.

 

▲     © 한성뉴스넷


박물관을 둘러보는 내내 함께 온 일행에게 80에 가까운 작가 잔아는 시간을 쪼개가며 자세한 설명과 함께 꼼꼼하게 안내를 해주었다. 지칠 줄 모르는 그의 열정에 감히 어떤 젊은 작가를 비교 할 수 있을까.

특히 위대한 문학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세계 문인들의 사상과 세계관을 작가의 설명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     © 한성뉴스넷

 

▲ 외국에서 활동하다 온 유명한 바리스타가 손님을 맞는다.     © 한성뉴스넷


전시관을 돌아 나온 일행은 박물관 건물과 나란히 한, 카페 잔아 메종으로 들어섰다. 예쁘고 아기자기한 카페는 다른 여느 커피숍 분위기와는 아주 다른 느낌으로 꾸며져 있었다.

카페 입구에 올망졸망한 테라코타 인형들은 왠지 엊그제 만났던 이웃 같아서 그동안의 안부도 묻고 싶고 지난밤의 자잘한 얘깃거리들도 함께 나누고 싶은 감성이 일었다.

커피를 마시는 자투리 시간에도 아직 더 전하고 싶은 게 남아있는 작가의 보충강의가 있었지만, 박물관을 둘러본 일행의 상기된 이야기 속에 묻혀 멀리 떨어져있던 나는 들을 수가 없었다.

 

▲ 카페내부     © 한성뉴스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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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담작가     © 한성뉴스넷


이번 잔아박물관 답사는, 문학에 대한 나 자신의 마음가짐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그동안 문학을 너무 쉽게 생각해왔던 자신에게 회초리를 들어야했다.

또한 글을 쓴다고 하면서도 줄곧 써왔던 건 뭘 썼는지, 이제는 문학에 대한 설렘조차도 감히 내놓고 얘기할 수 없는 객기 같아서 한없이 부끄럽고 민망할 따름이다. 그러나 나는 한 가지 가장 중요한 걸 깨달았다. 지금이라도 자세를 다잡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된다는 용기를 갖게 해준 것, 이는 글을 쓰고자 하는 내게 꼭 필요하고 소중한 의미의 시간이었다.

 

▲ 양평잔아박물관과 메종카페     © 한성뉴스넷

 

▲ 잔아박물관 약도     © 한성뉴스넷

                

                 잔아박물관은 어린이들이 좋아할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t031-771-8577 잔아박물관

                  이미담소설가

 

기사입력 : 2019-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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